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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자살사건 그날 눈사람은 텅 빈 욕조 위에 누워있었다 그는 뜨거운 물을 틀기 전에 더 살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사는 이유 또한 될 수 없었다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텅 빈 욕조 속에 누워 있을 때 뜨거운 물과 찬 물 중에서 어떤 물을 틀어야 하는 것일까 눈사람은 그 결과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물에는 빨리 녹고 찬 물에는 좀 천천히 녹겠지만 녹아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싶다 오랫동안 너무 춥게만 살지 않았는가 눈사람은 온수를 틀고 자신의 몸이 점점 녹아 물이 되는 것을 지켜보다 잠이 들었다 욕조에서는 무럭무럭 김이 피어올랐다 2020. 7. 26.
썅년의 미학 나는 너무 싫다. 여자라는 이유로 나의 능력이, 나의 경력이, 나의 노력이, 나의 외모가 "당연히" 편하되나는 것이 무엇보다 그걸 생각하다 스스로가 싫어지는 것이 제일 싫다. 그래서 싫다. 못생긴 남자가 싫다. 꾸미지 않는 남자가 싫다. 자기 관리를 안 하는 남자가 싫다. 술이라고는 싸구려 병맥주와 소주밖에 모르는 남자가 싫다. 인생에서 해본 최고의 모험이나 경험이 주체적이지 못한 남자가 싫다. 여행을 가보지 않은 남자가 싫다. 책을 안 읽고 영화를 안 보고, 콘텐츠를 즐길 줄 모르는 남자가 싫다. 경험에 쓰는 돈을 아까워하는 남자가 싫다. 자기 취향이 뭔지 모르는 남자가 싫다. 남의 취향을 존중할 줄 모르는 남자가 싫다. 페미니즘이 뭔지도 모르고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인지 못하는 남자가 싫다. 남에게 .. 2020. 7. 26.
꿘투 관장님께 권투는 권투가 아니라 꿘투다 20년 전과 바뀐 것 하나 없는 도장처럼 발음도 80년대 그대로다 가르침에도 변함이 없다 꿘투는 훅도 어퍼컷도 아니라 쨉이란다 관중의 함성을 한데 모으는 KO도 쨉 때문이란다 훅이나 어퍼컷을 맞고 쓰러진 것 같으나 그 전에 이미 무수한 쨉을 맞고 허물어진 상태다 쨉을 무시하고 큰 것 한 방만 노리면 큰 선수가 되지 못한다며 왼손을 쭉쭉 뻗는다 월세 내기에도 어려운 형편이지만 20년 넘게 아침마다 도장 문을 여는 것도 그가 생에 던지는 쨉이다 멋없고 시시하게 툭툭 생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도장 벽을 삥 둘러싼 챔피언 사진들 그의 손을 거쳐 간 큰 선수들의 포즈도 하나같이 쨉 던지기에 좋은 자세다 2020. 7. 26.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가버려. 가라고 해서 갈 사람이라면, 정말 가버려. - 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 다시 고독해지고 2020. 7. 26.
전소정 : 새로운 상점 2020.06.21 제18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수상작가전 전소정 전소정의 작업은 매번 하나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는 느낌을 준다. 몇 분에서 몇 십분간 지속되는 영상이 어떤 장면들 혹은 사건을 다루는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세계를 구성한다는 인상을 주는 까닭은 아마도 그것이 우리를 누군가의 삶으로 인도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소박한 일상의 단면들은 결과적으로 그의 일생을 마주하는 듯한 어떤 몰입의 단계로 이끌곤 했는데, 이러한 전이가 가능한 것은 그들의 삶이 우리의 것과는 전혀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시대'라는 거대하고 추상적이며 의심할 바 없는 공동의 시간 속에서 누군가의 보폭을 의식하며 휩쓸려 살아가는 우리들과 달리, 그들은 자신들만의 고립.. 2020. 6. 27.
보통의 거짓말 2020.05.01 석파정 미술관 / 보통의 거짓말 2020. 6. 27.
2019년도 결산 2019년도 나의 목표 영화 80편 이상 보기 O 책 5권 이상 읽기 O 국가고시 모의고사 합격하기 O 다이어리 꾸준히 쓰기 O 게으르지 않고 건강한 삶 살기 O 방 청소 열심히 하기 O 학업에 최선을 다하기 X 건강한 몸 되찾기 O 블로그 열심히 하기 X 국시 합격하기 O 2019년도에 본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1월 노예 12년 ★3.5 사이비 ★0.5 샤인 ★2.5 할로우맨 ★3.5 우리들 ★4.0 극장판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3.0 소공녀 ★4.5 위플래쉬 ★4.0 월요일이 사라졌다 ★3.5 너의 결혼식 ★0.5 서울역 ★0.5 카게구루이 ★0.5 2월 사바하 ★2.5 증인 ★2.0 3월 항거 ★4.0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2.0 스토커 ★3.5 이스케이프 룸 ★2.5.. 2020. 1. 3.
2019학년도 왓챠 성적표 2020. 1. 3.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 ​기억을 어딘가 잘 감추었다 해도, 깊은 곳에 잘 가라 앉혔다 해도, 거기서 비롯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어. - 창의력이란 사려깊은 모방말고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현실주의자 볼테르가 한 말이에요. - 아마도 나한테는 나라는게 없기 때문에. 이렇다 할 개성도 없고 선명한 색채도 없어. 내가 내밀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그게 오래전부터 내가 품어 온 문제였어. 난 언제나 나 자신을 텅 빈 그릇같이 느껴 왔어. 뭔가를 넣을 용기로서는 어느 정도 꼴을 갖추었을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내용이라 할 만한 게 별로 없거든. - 있지, 쓰쿠루, 한 가지만 잘 기억해 둬. 넌 색채가 없는게 아냐. 그런 건 이름이 지나지 않아. 물론 우리가 그걸로 너를 자주 놀렸지만, 그건 다 아무 의미도 없는 농담이야. .. 2019. 11. 26.
수목원 ​​​​​​ 2019.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