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장님께 권투는
권투가 아니라 꿘투다
20년 전과 바뀐 것 하나 없는 도장처럼
발음도 80년대 그대로다
가르침에도 변함이 없다
꿘투는 훅도 어퍼컷도 아니라
쨉이란다
관중의 함성을 한데 모으는 KO도
쨉 때문이란다
훅이나 어퍼컷을 맞고 쓰러진 것 같으나
그 전에 이미 무수한 쨉을 맞고
허물어진 상태다
쨉을 무시하고
큰 것 한 방만 노리면
큰 선수가 되지 못한다며
왼손을 쭉쭉 뻗는다
월세 내기에도 어려운 형편이지만
20년 넘게 아침마다 도장 문을 여는 것도
그가 생에 던지는 쨉이다
멋없고 시시하게 툭툭
생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도장 벽을 삥 둘러싼 챔피언 사진들
그의 손을 거쳐 간 큰 선수들의 포즈도
하나같이 쨉 던지기에 좋은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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